지난 시즌5 Act 9. 마수 업데이트로 새롭게 등장한 '비탄의 탑 히든 항아리'는 플레이어 대다수에게 에픽 무기의 꿈을 심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얻기만 하면, 흔히 말하는 '자에픽'(자신의 직업이 착용 가능하며, 쓸만한 무기)을 거의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어서 그렇다. 물론 이게 가능하려면 약간의 운이 필요하긴 하다. 비탄의 탑 히든 항아리와 관련하여 자세한 공식 정보는 아래와 같다.
비탄의 탑 히든 항아리를 대하는 플레이어는 필연적으로 네 가지 고난과 마주해야만 한다. 특수던전 중에서 난이도가 제법 있는 비탄의 탑을 클리어하는 게 첫 번째, 클리어 보상에서 지급이 되어야 만져볼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그리고 꽤 큰 금액인 천 만 골드를 투자해야 한다는 게 세 번째다. 그렇다면 마지막 네 번째는? 당연히 자신이 마음속으로 찜한 무기가 나오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다.
비탄의 탑 히든 항아리를 얻으면 반드시 승리하는 직업은 사실상 드물다. 85레벨과 90레벨 무기 모두 출중한 장비는, 히트맨이 쓰는 장도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반면, 나머지 직업군에는 안타깝게도 함정 카드가 존재한다. 그나마 꽝 확률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무기 타입을 비교하여 최적의 선택하기
내 캐릭터에게 어떤 무기 항아리가 좋을까 고민하는 분이라면 먼저 이 글을 참조하시라. 해당 글을 참조하여 자신의 직업에 맞는 선택을 해야 그나마 꽝을 피할 확률이 생긴다. 가령, 마공 다크나이트라면 도 항아리보다 소검 항아리를 택하는 게 (그나마) 성공 확률이 높다.
둘째, 85레벨 에픽무기급 장비가 없는 캐릭터만 도전하기
예를 들어 [뿌리깊은 십자가]를 보유한 홀리오더라면 비탄의 탑 히든 항아리를 얻었더라도 짱돌처럼 보는 게 좋다. [썬더 크로스 : 유피테르]가 나온다면 더할나위 없겠으나, [저주 받은 십자가 : 토루아]를 얻으면…. [라바룸]이 떴다 해도 장비 교체에 따른 이점이 그리 크지 않다. 무기별 등장 확률이 동일하지 않겠지만, 최소 2/3 확률로 지뢰를 밟을 수 있는 셈.
그러니 현재 보유한 무기 수준을 파악해서 개봉 여부를 정하도록 하자. 12강 리버레이션 무기라든가 8 재련 레전더리 무기를 갖고 있다면, 차라리 NPC 키리 옆 에픽 제작기를 찾아가자. 1,000만 골드에서 좀 더 투자하면 100% 쓸만한 에픽 무기를 얻을 수 있으니까.
앞서 두 항목을 고려하면, 비탄의 탑 에픽 항아리를 얻었을 시 반드시 개봉해야 하는 직업을 몇 개 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에픽 무기 측면에서는 나름 유리한 직업이라 할 수 있으니 잘 기억해두었다가 써먹도록 하자.
- 스위프트 마스터: 봉
- 퇴마사(물공 / 마공): 배틀액스 / 염주
- 이단심판관: 배틀액스
- 드래고니안 랜서: 광창
- 다크 랜서: 투창
- 총검사: 전직 무기에 해당하는 항아리
※ 참고로 드래고니안 랜서, 다크 랜서, 총검사는 모 아니면 도다. 항아리에서 얻을 수 있는 85레벨과 90레벨 에픽 무기가 각각 하나씩이므로!
주의할 점은 한 번 비탄의 탑 히든 항아리를 개봉했다면, 이후 히든 항아리를 얻었다 할지라도 관심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 위에서 살핀 2번째 항목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무엇보다 재도전 시 원하는 게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자칫하다가는 도박사의 오류에 빠져 재산을 탕진할 수 있으니 때로는 과감하게 멈추는 용기가 중요하다.
끝으로 과연 이런 주장을 하는 본인은 그동안 비탄의 탑 히든 항아리와 싸워 얼마나 승리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낱낱이 공개하므로 히든 항아리를 노리는 당신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1. 세인트패배
결과부터 말하자면 저주받았다. [저주 받은 십자가 : 토루아]를 뽑았을 당시, 거울을 봤다면 분명히 똥 씹은 얼굴이었을 터다.
또한 고백하건대, 세인트로 히든 항아리에 도전한 건 어리석은 결정이기도 했다. [뿌리깊은 십자가]를 보유한 상태였기에 굳이 무모한 도전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 즉, 위에서 든 십자가 예시는 순전히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으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2. 프라임승리
80레벨 에픽 무기인 [반자동 셔플렉터]가 있긴 했다. 하지만 90레벨 무기까지 나온 현 시점엣 80레벨 무기는 아무리 에픽이라 하더라도 다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히든 항아리를 얻자마자 깨뜨리기로 결정.
다행히 [마이스터의 분노]가 떴다. 주력 버프 로보틱스를 무려 4레벨 올려주므로 종결 스위칭 무기를 획득한 거다. [오픈 파이어]가 떴으면 패배였다. 그 자체로는 나쁜 무기라 보긴 어렵다만, 이미 [반자동 셔플렉터]가 있는 마당에 그다지 좋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서 그렇다.
3. 카이저패배
10강 리버레이션 권투글러브가 있음에도 욕심이 눈이 멀어 개봉한 히든 항아리. 기왕 깨부수려면 권투글러브가 아니라 건틀릿 항아리를 택했어야 했다. [파울 키드니블로]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녀석과 만난 뒤, 곧바로 미련한 자신을 탓했다.
4. 태을선인패배
[한이 서린 울분의 배틀액스]를 지니고 있었기에 제발 [하이퍼리온]만 나오지 않길 바랐다. 두 무기는 똑같이 열정의 차크라를 3레벨 올려주기에 딱히 스위칭 장비로도 활용하기 애매해서였다. 그러나 현실은 하.이.퍼.리.온.
투창 히든 항아리로 얻을 수 있는 건 딱 2종류. 자연스럽게 90레벨 투창이 나오길 바랐고, 결과는 [헬 오브 데빌로드]. 덕분에 차원의 틈과 절망의 탑을 매우 쾌적하게 탐험하고 있다.
6. 언터쳐블무승부
에레보스처럼 중검 히든 항아리에서 드랍되는 건 2가지 뿐이라, 90레벨 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혹독했다. 항아리에서 툭 튀어나온 [셀레스티얼 프레셔]는 85레벨 무기로서 리버레이션 장비보다는 약간 좋다고 할 수 있는, 그냥저냥 쓸만한 장비였다.
무승부라 밝힌 까닭은 언터쳐블이 마법으로 봉인(이하 '마봉')된 무기를 착용하고 있어서였다. 마봉에서 에픽으로 단번에 스펙업했으니, 원하는 결과는 아니더라도 망한 것까지는 또 아니라 무승부로 두었다. 1,000만 골드로 초대장을 사서 지옥파티를 돌아 자에픽이 뜰 확률을 떠올린다면 손해보는 도박은 아니었다. 우리는 이런 변명을 자기합리화라고 한다.
무기라고는 이벤트로 지급받았던 12강 불사조 스태프뿐이었다. 그러다 [웨리 : 리미트 브레이커]를 인벤토리에 습득했을 적의 기분이란… 인생 한 방이란 말이 괜한 게 아니다.
히든 항아리를 고를 무렵, 스태프와 로드 중 고민을 잠깐 했다. 스태프로 고른 이유는 [샤이닝 인텔리전스]만 나와도 좋다고 기준을 미리 잡아서였다. 주력 버프인 마나 폭주를 올려주는 고마운 장비니깐.
9. 다크로드패배
착용하고 있던 10강 리컨스트럭션 소드는 유니크 장비라 히든 항아리에서 뭐가 뜨든 괜찮으리라 믿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했고, 꽝이 많은 도보다 둔기 히든 항아리를 골랐다. [양얼의 나뭇가지]가 나오면 시너지 장비로서 좋고, [세계의 무게추]를 획득하면 그날은 디렉터에게 절이라도 거하게 올려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패배'라고 적어둔 이유는 다들 짐작했을 거다. [미스틸테인]. 그나마 암속성 강화 +50이라 그럭저럭 쓴다만, 10강 리컨스트럭션 소드보다 낮은 데미지는 어찌해야 할까. 에휴.
10. 갓파더승리
히트맨은 정말 축복받은 직업이다. 장도 히든 항아리는 꽝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85레벨 무기인 [킹 메이커]가 나와도 슬퍼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러하느냐 하면, 부가 옵션으로 다음과 같은 게 붙어서 그렇다. "공격 시 40% 확률로 40초동안 자신을 포함한 파티원들의 물리, 마법, 독립 공격력 15% 증가 (최대 1중첩)" 안톤레이드, 아니 어쩌면 루크레이드도 (무기에 한하여) 프리패스 장비라 할 수 있다.
11. 레이븐무승부
상기 6. 언터쳐블과 같은 경우다. 손이 느린 탓에 [로드 오브 레인저]가 나왔으면 패배했다고 여겼을 테지만, [실버 불렛]이 떠서 나쁘지는 않았다. 자, 이제 악마를 녹이러 가볼까?
12. 다크나이트무승부
역시 마봉 무기로 생계를 연명하던 터라, [음검 : 막야]만 아니라면 솔직히 승리했다고 봐도 좋았다. 그럼에도 무승부인 이유는 [암흑의 별]이 아닌, [천총운검]을 획득해서였다. 만약 [천총운검]이 스위칭 종결 장비였다면 가슴 속에 V자를 그렸겠다만, 스위칭 장비로는 보통 수준이라 순수하게 장비 성능을 봐야만 했다. [암흑의 별]보다는 못해도 준수한 장비니까 고맙게 쓸 계획이다.
정리하자면 총 1억 2천만 골드를 소비하여 5번 이기고, 4번 졌다. 3번은 비겼다고 했는데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 또한 패배라 할 수도, 승리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제법 괜찮은 장비가 이미 있는 캐릭터로 히든 항아리에 도전하는 짓은 안 할 거다. 욕심만 덜 부렸다면 4천만 골드를 아끼고, 정신 건강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독자 여러분은 글쓴이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부디 현명하게 히든 항아리를 이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