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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던파

긍정하기 힘들었던 캐릭터 밸런싱 업데이트

by 지구여행가 2021. 6. 21.

지난 6월 10일, 본 서버에 적용된 캐릭터 밸런싱 업데이트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모두 손꼽아 기다려왔던 터라, 퍼스트 서버에 공개되었을 때부터 말이 정말 많았습니다. 기대와 우려로 점철된 기존 여론은 순식간에 활활 불타올라 격렬한 논쟁의 불길로 번지고 말았죠.

 

누구나 고대하던 패치였으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캐릭터 밸런싱 업데이트는 실패했습니다. 방향성을 떠나서, 호의적인 반응을 거의 찾아볼 수 없거든요. 오히려 실망한 나머지, 네오플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분명 일이 이렇게 되도록 자초한 것은 전적으로 네오플이긴 합니다. 선은 지켜야겠지만, 욕을 먹어도 싸다고 여기는 모험가가 대다수랍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죠.

캐릭터 밸런싱 작업은 어느 게임이든 그리 녹록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조작 가능한 직업이 61개나 되기에, 필연적으로 이들 간의 균형은 어긋나기 십상이죠. 상대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보니, 전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뽑아내기란 꿈에 겨운 일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 최대한 완벽에 가깝도록 나아가는 네오플의 자세가 우리의 간절한 바람일 터. 게임을 운영하면서 저울추를 맞추는 일이 힘들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자포자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죠.

 


캐릭터 밸런싱에 한해서,

여태껏 네오플이 어떻게 처신했는지 묻는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眞 각성 프로젝트를 이유로 내내 미뤄왔던, 일종의 면죄부가 최근 사라진 참이었습니다. 게다가 대망의 성수기인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 비장의 준비를 하고서 거하게 빵 터뜨리리라 예상했을 겁니다. 그랬어야 맞는 거고요.


그런데 캐릭터 밸런싱 업데이트는 대단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왜 이런 반쪽짜리 아웃풋이 나와야만 했는지, 내부 사정을 모르는 모험가들은 유감스럽게도 네오플이 손을 놓았다고 봅니다.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부정적인 여론을 마냥 일축할 수 없는 법이죠.

그렇다면 이번 캐릭터 밸런싱 업데이트는 실제로 어땠어야 했을까요?

상중하로 급을 나눠서 구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상책(上策)
- 전부, 못해도 과반수의 캐릭터 일괄 밸런싱 동시 업데이트
- 각 캐릭터마다 상세한 개발자 코멘트 첨언 (최소 A4 반 페이지 분량)
- 캐릭터 구조 및 스킬 변경의 근거로서 명확한 데이터 제시
- 캐릭터별로 미진한 점을 피드백 받아서, 업데이트 이후에도 매월 수정 (무한 반복)


 중책(中策)
- 전부, 못해도 과반수의 캐릭터를 대상으로 하되, n부로 분리된 밸런싱 업데이트
- 밸런싱 업데이트 계획을 명시해둘 것 (주차별 예상 일정표 공지)
- 각 캐릭터마다 상세한 개발자 코멘트 첨언 (최소 A4 반 페이지 분량)
- 캐릭터 구조 및 스킬 변경의 근거로서 명확한 데이터 제시
- 캐릭터별로 미진한 점을 피드백 받아서, 업데이트 이후에도 매월 수정 (무한 반복)


 하책(上策)
- 절반 이하의 캐릭터를 대상으로 분기별 로테이션 밸런싱 업데이트
- 각 캐릭터마다 상세한 개발자 코멘트 첨언 (최소 A4 반 페이지 분량)
- 캐릭터 구조 및 스킬 변경의 근거로서 명확한 데이터 제시
- 캐릭터별로 미진한 점을 피드백 받아서, 업데이트 이후에도 매월 수정 (무한 반복)


아시다시피 개발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다분합니다. 네오플 직원이 아닌 한, 일개 플레이어로서 희망사항만 논할 뿐이니까요. 아마 임직원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코웃음을 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 가지 안을 관통하는 요점은 단 하나. 
소통’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를 풀어 말씀드리기에 앞서, 이번 업데이트가 어땠는지 보도록 하죠. ‘최하책’이라 적을 수밖에 없어서 무척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최하책(最下策)
- 반절도 못 미치는 일부 캐릭터(10개)만 밸런싱 업데이트
- 캐릭터별로 개발자의 간략한 코멘트조차 없음. 
-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음.
- 남은 캐릭터의 밸런싱 업데이트가 언제일지 불투명.
- 어떤 캐릭터가 추후 적용 대상인지도 알 수 없음.

 


예를 들어, 어째서 런처(남)의 캐넌볼이 공격력 상향 조절을 받았어야 했을까요? 누구도 그 이유를 모릅니다. 그저 짧은 코멘트로 다음과 같이 애매하게 언급만 했을 뿐입니다. “이번 캐릭터 밸런스는 진각성 후에도 성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던 일부 캐릭터의 조정부터 우선적으로 진행”하였다고.


우리는 이 말만 갖고서 시각 장애인이 코끼리 더듬듯이, 개발자의 의도를 헤아려야만 합니다. 행여나 단순한 ‘수치 놀이’라며 오해 아닌 오해를 사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죠. 네오플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서 대변할 만한 근거 자체가 없어서입니다.


또한, 다시금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감내해야 하는 ‘미공개 일정’도 불만입니다. “이번에 진행되지 않았던 전직들 중 조정이 필요한 전직이 추가로 있음을 인지”한 것까지는 좋습니다.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나 “대상 캐릭터들에 대한 조정을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하는 게 언제쯤 끝날지는, 말을 아껴도 너무 아낀 게 아닌가 합니다. 검토만 하다가 허송세월하는 결말을 매번 질리도록 봐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행주로 닦아낼 수는 있지요.
지금은 캐릭터 밸런싱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하는, 황금 같은 시기입니다. 적어도 왜 이렇게 해야만 했는지, 언제 반영해줄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을 확실하게 풀어낼 기회가 아직 있는 셈이니까요.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나중에”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상세한 로드맵과 함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내겠다”는 확고한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