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찾은 아라드. 요즘 대세라고 하면 두 말할 것 없이 신규 전직 블레이드일 텐데요. 가볍게 몸 좀 풀어보려고 했다가, 무작위로 뜬 블레이드 패스 미션을 보고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세라샵 방문은 대체 왜 하라는 것일까?
네오플이 오랫동안 방치해둔 데다가
이렇다 할 물건도 그다지 없는데….
사실 아라드 패스에서도 ‘세라샵 방문’ 미션을 종종 보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처럼 투덜거리는 까닭은 따로 있습니다. 여름철 성수기를 노려 신캐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구태의연한 세라샵이 답답했거든요.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키보드에 손이 가더랍니다. 이렇게 쓴다 해도 들어줄까 말까 한 일개의 제안사항일 뿐이지만, 독자 여러분도 세라샵에 대해서 아마 저와 비슷한(혹은 달라도 어쨌든 불만스러운) 문제의식을 진작부터 품고 계셨으리라 믿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비유하자면 이런 상황인 겁니다. 간식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어갔는데 이것저것 가짓수는 많지만, 정작 살 게 없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글은 3부작으로 집필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글인 본고는 아바타를, 다음 글은 아이템 카테고리를, 그리고 마지막은 세라샵 전반에 관해서 비판하고자 합니다.
세라샵에서 아바타 사면 호구?
오해하실까봐 시작부터 부연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세라샵 아바타 탭에서 얼마든지 아바타를 살 수 있습니다. 룩덕 모험가라면 부위별로 무한한 애정을 담아, 기꺼이 돈을 투자할 법하니까요.
일단 여기서 지칭하는 대상은 ‘교환가능’ 아바타 한 세트를 맞추려는 신규·복귀 모험가에 한합니다. 아바타는 착용자의 개성 표현뿐만 아니라 전투 능력 향상에도 유용하니, 누구든 한 벌 이상은 입고 다녀야 합니다. 이 점은 생초보 모험가인 던린이도 피해갈 수 없죠.
그런데 던린이에게 세라샵에서 아바타를 구매하라고 조언할 선배 모험가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기간 한정 패키지나 아라드 패스라면 모를까, 세라샵에서 아바타 한 세트를 손수 제값주고 사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라서 그렇습니다. 왜 그러한지 직접 비교해보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패키지마다 아바타 세트는 기본으로 껴있습니다. 여기에 다소 차이는 있어도 칭호, 오라, 크리처, 각종 세라 아이템을 덤으로 주기까지 하니, 새삼스레 ‘기회비용’이란 단어를 들먹일 것도 없군요. 세라샵의 아바타 코너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요즘 세대하고는 거리감이 팍 느껴지는 가격대입니다.
더구나 굳이 세라를 소모하지 않고도 경매장이나 아바타마켓에서 아바타를 구매할 수 있기까지 합니다. 세라를 골드로 환산하면, 세라샵에서 일일이 상급아바타를 구하는 것보다 대체로 매우 저렴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제 견해가 틀렸을지도 모릅니다. 세라샵의 상급 아바타 코너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손님을 수시로 맞이하고 있을 수도 있죠. 이 점은 매출 데이터를 쥐고 있는 네오플만이 알 겁니다.
그러나 누차 말씀드렸듯이 지금의 세라샵 아바타 가격은 대체재보다 가성비 면에서 뒤떨어졌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수준도 아니거든요.
2006년 상반기, 처음 상급 아바타가 나왔던 시절로부터 15년이나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엠블렘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어 판매가가 소폭 인상되었다는 점은 제쳐두더라도 가격 정책이 영 별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분명 많을 겁니다.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거나, 세라샵에서 아바타를 구매하면 마일리지를 더 얹어주는 등 소비자를 위한 변화가 필요해보입니다.
아바타 상의 옵션 선택, 만족하시나요?
상의 아바타를 낱개 구매하든, 아바타 풀세트 상자를 개봉하든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 있죠. 바로 상의 옵션 선택 단계입니다. 직접 눈으로 함께 보시죠.
직업은 블레이드인데 전혀 무관계한 스킬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왜일까요? 귀검사(여)의 스킬을 그냥 죄다 때려 박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직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격투가, 프리스트, 마법사, 도적 할 것 없이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답니다.
한 번쯤 개편이 되었어야 할 내용인데 아직도 답보 상태라 솔직히 정말 의아한 부분입니다. ‘스킬 훔쳐 배우기’ 같은 예외 상황을 고려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전직 스킬을 기어코 고르고 싶을 땐 직업 탭을 바꾸도록 처리하면 그만이니까요.
대다수 모험가는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자기 직업 스킬이 무엇인지 대강 알고 있기에 꽤 많은 선택지 중에서 그럭저럭 정답을 택하곤 하죠.
그렇다 할지라도 번거롭다는 점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만에 하나 손이 삐끗해서 아예 생뚱맞은 스킬을 골랐다면, 그 잘못은 실수한 유저에게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오래도록 이 문제를 내버려둔 관리자에게 있는 것일까요?
무기 클론 엠블렘 아바타 상시 판매, 왜 안 됨?
지난 ‘고양이킹덤 패키지’부터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레어 클론 엠블렘 아바타의 무기 부위입니다. 그전까지는 상급 클론 단계에 머무르던 무기 아바타였으나, 한 차원 더 높은 옵션의 물건이 나온 셈이었죠.
당연히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일단 장사꾼의 상술이라는 비난은 차치하고 보자면, 캐릭터를 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기대에 부합하는 상품이었거든요.
그런데 레어 등급 무기 아바타가 나왔음에도, 이보다 하위 품목인 상급 무기 아바타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기간 한정 패키지 구성품으로만 판매하는 물건이거니와 신규 패키지 출시 때마다 매번 파는 것도 아닙니다. 패키지 판매시기를 놓친 모험가에게는 경매장의 값비싼 무기 레어 클론 아바타 외에 선택지가 없는 셈입니다.
교환가능 무기 레어 아바타가 나온 시점에서, 역시 교환가능 무기 상급 아바타가 나오지 못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또한 세라샵에서 상시 판매하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교환불가 무기 아바타조차 세라샵에 내놓지 않는 까닭은 설마 두고두고 패키지로 우려먹겠다는 계획 탓일까요? 아니겠죠. 아니어야 합니다.
피부 아바타에 엠블렘 소켓을 그냥 달라!
납득하기 어려운 건 또 있습니다. 언제까지 엠블렘 소켓 없는 불량품 피부 아바타를 세라샵에서 봐야만 할까요?
현재로서는 별도의 소모품을 써야만 피부 아바타에 소켓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피부 아바타에 엠블렘 소켓이 도입된 초기에는, 이벤트 형식으로 소켓 부여 아이템을 한정 판매하는 게 잘 먹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2021년인 오늘, 소비자 경험으로 말씀드리건대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피부 아바타를 엠블렘 소켓 없는 미완성품으로 판매해서 차등을 두는 전략, 더는 그만 둘 때입니다.
엠블렘 없는 아바타가 세라샵에서 싹 수거된 적이 2012년 5월 31일입니다.¹ 피부만 예외 적용된 이유를 9년 후인 이 시점에도 누구나 다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제는 어떤 아바타 부위든 엠블렘 소켓을 기본 탑재하고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맞는 게 아닐까요?
그밖에도 아쉬운 점은 많다
올해 16주년을 맞이하는 게임으로서 혁신이 요구되는 지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수명이 오래된 만큼 개선 필요 사항이 신생 게임보다 적을 리 없죠.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상의 아바타 외의 다른 부위 옵션도 이에 해당할 겁니다. 초창기부터 쭉 일관된 선택지만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뿐, 정녕 좀 더 나아질 수도 있었던 기회를 애써 붙잡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지금껏 던전앤파이터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수차례 환골탈태한 바 있는데, 아바타 옵션도 그에 맞춰 변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가령 상단 스크린샷의 모자 아바타 선택 옵션을 봅시다. 지능 위주 캐릭터라면 첫 번째를, 힘 위주(혹은 정홀) 캐릭터라면 두 번째를, 캐스팅 스킬이 많거나 결투장을 우선한다면 다섯 번째를 고를 겁니다. HP나 MP 분당 회복은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선 택할 일이 없죠.
목가슴 아바타도 보도록 하죠. 얘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간혹 모든 상태변화 내성을 지정하기도 하나, 90% 이상은 공격 속도 증가 쪽에 손을 들어줄 겁니다. 마법 방어력과 히트리커버리는 거의 쓰는 모험가가 없습니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후딱 ‘정답’을 고를 수 있어서 편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반면, 삐딱하게 접근한다면? 아바타를 기존보다 더욱 다양하게 써먹을 가능성을 막아놨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점은 아바타에 장착하는 엠블렘에도 해당되는 지적일 텐데요.
아바타 옵션으로 속성 강화나 크리티컬 히트를 더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혹은 스킬 쿨타임 감소나 피격 시 슈퍼아머 같은 특수 옵션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이러한 전환 자체가 달갑지 않은 모험가도 분명 있을 테지요. 그럼에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아바타와 엠블렘 옵션의 다변화가 일어난다면, 우리는 좀 더 풍부한 세팅을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
머리는 약간 아프겠지만,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약간의 두통을 문제 삼을 모험가는 거의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 대신, 아바타 옵션 변경권이 여러 장 필요할 훗날(…)은 그때 가서 생각하는 것으로 하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종류가 늘어난 옵션을 택하는 일이 무작위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 플레이어가 직접 골라서 세팅할 수 있는 즐거움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과정이 건전한 소비 경험으로 누적되어, 세라샵을 더 많은 이들이 찾게 해야 한다는 것.
어떠셨나요?
공감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참 다행일 텐데요. 세라샵 개편을 바라는 첫 글은 이쯤해서 끝맺겠습니다. 다음에는 제법 방대한(?) 아이템 항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각주]
1. http://df.nexon.com/df/news/notice?page=2&mode=view&no=4347
액션쾌감!!! 던전앤파이터 - 세라샵 아바타 판매 변경사항 안내
df.nex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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