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세라샵 개편을 논하다: 아바타
http://df.nexon.com/df/cast/article/MDU5NjI
▶ [2부] 세라샵 개편을 논하다: 아이템
http://df.nexon.com/df/cast/article/MDYwMDU
앞서 선보인 두 글에서 세라샵의 실태를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몇몇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했죠. 예를 들면, 아바타 카테고리에서 판매하는 아바타 가격이 현 시세와 너무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이템 카테고리의 상품은 가성비나 상위 호환을 이유로 상당 부분 필요성이 간절하지 않아 보였고요. 전반적으로 소비자로서 충분히 불만을 느낄 법한 상황입니다.
이 같은 일의 근본적인 원인은 ‘패키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한된 기간 내에 여러 품목을 한 데 묶어 비교적 알찬 가격으로 모험가를 반기는, 바로 그 패키지요. 언제나 우리의 지갑을 홀쭉하게 만드는 주범, 패키지 상품이 오늘날 세라샵의 문제를 부각하는 이유라니? 참 아리송한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이를 다루기 전에, 한 가지 분명히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패키지 자체보다, 그동안 쭉 이어진 한정 할인 판매(limited discount sale event) 전략을 꼬집고자 한다는 점을요.
그럼, 세라샵 개편을 제안하는 3부작의 마지막 글. 끝까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 패키지가 어째서 문제인가?
여태껏 세라샵에 등장한 패키지 상품은 대체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묶어 파는 아이템의 기존 정가보다 값싼 비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죠.
당연히 알뜰 구매는 소비자로서 몹시 반길 일입니다. 패키지 판매일만 손꼽아 기다리는 모험가가 수두룩할 만큼, 세라샵에서 널리 사랑받는 상품 유형으로 자리매김했죠. ‘안 사면 손해’라는 고정관념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이러한 패키지 상품은 늘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연중 한 손으로 꼽을 만한 정도였는데요. 시기를 놓치면 다음 패키지가 새로 나올 때까지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어야 했답니다.
그런데 이처럼 희소성을 내세운 한정 할인 패키지 상품 출시가 오히려 세라샵에 독으로 작용해왔다면? 네오플의 매출에 한 몫 톡톡히 하는 패키지가 세라샵에 악영향을 끼친다니, 말만 들어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우실지도 모릅니다.
저번 글에서 다룬 아바타, 그리고 살짝 언급만 하고 넘어갔던 크리쳐를 떠올려보세요. 세라샵에서 상시 판매하는 아바타와 크리쳐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간 한정 패키지로 만날 수 있는 상품 대비, 가격과 성능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거든요. 이런 가운데, 세라샵 아바타 코너는 일부 품목을 단종까지 하여, 더더욱 소비자의 원츠(wants)와 멀어지기도 했죠.
아무튼 기간 한정 패키지는 세라샵의 기존 상품 값어치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려 왔습니다. 아바타가 그러했고, 크리쳐가 그러했으며, 패키지 상품에서만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마스터 계약’이 그러했습니다. 이것들을 평상시 세라샵에서 각각 제값 주고 사자니, 손해 보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죠.
더 나아가, 아라드에서 소위 ‘혐사꾼’이 입지를 굳혀온 데에 간접적으로 힘을 보탠 것도 기간 한정 패키지 상품입니다. 판매 구조상 사재기를 일삼는 장사꾼이 눈독을 들이기에 딱이었거든요. 판매 기간이 끝날 때까지 정가 이하의 가격에 대량으로 사들인 다음, 이후 웃돈을 얹어 비싸게 파는 방식. 다들 한 번쯤 경매장에서, 또는 메가폰창을 통해서 목격하셨을 겁니다.
이윤을 남긴다는 측면만 놓고 보자면, 마땅한 경제 활동인 듯싶어도 실상은 달랐죠. 수요가 꾸준한 특정 아이템의 시세가 급등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터라, 모험가 사이에서 불만이 폭주했습니다. 오죽하면 디렉터가 나서서 칼을 빼 들었을 정도니까요.
구태여 아라드의 사례를 꺼내지 않더라도, 한정판매 기간을 놓치면 물건값이 치솟는 일은 흔합니다. 플레이스테○션 5만 해도 말이 참 많잖아요. 이러다 보니, “한정판의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는 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당연한데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어쩌면 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사재기 장사꾼이 혐사꾼이라며 욕을 먹어온 이유는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모험가로서 꼭 갖춰야 하는 스위칭 장비나 크리쳐, 칭호, 마법 부여 카드 등 필수품을 노려 꾸준히 시세 조작을 해왔기에, 터질 게 터지고 만 것입니다. 특히 고성능 크리쳐나 칭호, 오라 아바타 등 인기 품목은 패키지 상품에서만 구할 수 있어서 좋은 표적이 되곤 했죠.
한때, 일부 사업자 집단의 치킨값 담합으로 전 국민이 분노한 사건도 이와 비슷할 겁니다. 치킨은 중대 문제이므로!
■ 패키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여기까지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패키지 상품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거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간 한정 패키지의 오늘날과 같은 위상이 일정 부분은 축소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패키지 판매가 네오플의 매출에 엄청난 효자 노릇을 해왔으니, 쉽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긴 합니다. 단지, 모험가 친화적인 방향성을 제안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앞서, 일반적인 패키지 상품의 구조를 살펴봅시다. 패키지는 보통 재판매가 요원한 아바타와 칭호, 크리쳐, 오라/무기 아바타, 그리고 각종 세라 아이템을 제한된 기간 내에 곁들이곤 합니다. 간혹 이 중 일부가 빠진 채로 진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지금껏 구성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하나씩 뜯어보면, 아바타는 대체 가능한 상품입니다. 외형이 거의 전부이긴 하더라도 이에 구애받지 않는 한, 놓쳐도 아쉬운 일이 적죠. 돈만 좀 더 내면 세라샵에서 얼마든지 한 세트를 맞출 수 있으니까요(엠블렘 소켓이 뚫린 피부 아바타 같은 반례는 일단 논외).
칼레이도 박스나 크리쳐 먹이 등 각종 세라 아이템도 마찬가지입니다. 패키지 구성품으로 만나보는 게 확실히 저렴하나, 판매 시기 이후에도 언제든 장만할 수 있습니다.
반면, 크리쳐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세라샵에서 상시 제품을 구할 수 있긴 해도 웬만해서는 다들 한정 크리쳐를 우선시합니다. 마르바스 같은 특이 사례를 제외하면, 모험가의 동반자로서 여러모로 부족한 성능을 보유해서 그렇습니다.
칭호나 오라/무기 아바타는 문제가 이보다 더욱 심각합니다. 이렇다 할 대체재가 없거든요. 업적을 달성하면 받는 무료 칭호로는 상위 콘텐츠의 파티 플레이에서 거르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오라/무기 아바타는 기간 한정 패키지 상품이 아니고는 구할 방법이 전무합니다. 강해지고 싶어도 때를 놓치면 경매장을 뒤져야 하는데, 가격은 이미 한참 올라서 뒷골이 당길 겁니다. 엠블렘 소켓과 고유 성능을 두루 갖춘 레어 무기 아바타가 적절한 예일 테지요.
이렇듯 패키지 구성품 중 몇몇은 세라샵에서 사라지고 나면,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곤 합니다. 아바타처럼 호환할 수 있는 대안이 세라샵에 항상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았으므로 사재기 요건에 들어맞았죠. 빼어난 크리쳐와 칭호, 오라/무기 아바타가 없다면 상위 콘텐츠는 꿈도 못 꿀 일이니, 혐사꾼이 활동하기 최적의 조건인 셈이었습니다.
이쯤에서 패키지 판매 방침이 향후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제시하고자 합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패키지 구성품의 기간 한정 품목을 일부라도 상시 판매로 돌리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라샵의 상시 활성화와 사재기 문제를 동시에 바로잡기 위해서요.
■ 상시 판매는 왜 해야 하는가?
비록 구매 가능 기간이 짧을지라도 우수한 구성품과 이에 걸맞은 가격으로 사랑받았던 패키지. 네오플의 매출을 책임진다고 봐도 좋을 만큼, 지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진입 장벽을 높이는 데에 일조해오기도 했습니다. 캐릭터 육성에 핵심인 상품을 매번 기간 한정판매로만 내놓다 보니, 후발 주자가 뒤따라가기에 점점 부담이 커질 수밖에요. 이번 <신의 계시 패키지>의 판매 기간은 두 달이 조금 넘습니다만, 새내기나 복귀 모험가가 이때 딱 맞춰 아라드에 접속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패키지 판매철이 아닐 때는 세라샵에서 딱히 살 만한 물품을 찾아보기 어렵고, 경매장을 기웃거리자니 한숨만 나오고….
이럴 때, 준수한 옵션의 칭호와 크리쳐, 오라/무기 아바타를 만약 세라샵에서 늘 만나볼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사재기로 인한 폐단이 줄어듭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라면을 싹쓸이 구매하는 사람은 없듯이, 경매장 시세가 미쳐 날뛰는 일이 차차 사라지겠죠.
둘째, 가격이 안정되어 후속 주자가 적극적인 육성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신규/복귀 모험가뿐만 아니라, 부캐 성장을 고려 중인 기존 모험가도 내킬 때마다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겁니다.
패키지 때와는 달리, 상시 판매 시에는 개별 가격이 소폭 상승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혐사꾼을 배부르게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여길 모험가가 적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상품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기억하실 독자가 분명히 계실 텐데요. <세리아의 올인원 패키지>라는 상시 상품이 세라샵에 나온 바 있었습니다. 기간 한정판매로 인한 피로감을 달래고자 칭호와 크리쳐, 오라를 한 데 묶어 출시하는 듯했죠. 딜러와 버퍼를 구분하여 내놓는 세심함도 돋보인 제품이었습니다. 기존에도 상시 패키지인 <던린이 패키지>가 있긴 했으나 성능 면에서 인기가 없었기에, <세리아의 올인원 패키지>는 더욱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세리아의 올인원 패키지>는 세라샵에서 구매 불가합니다. 2021년 3월 18일, 판매 종료되었거든요. 2019년 6월 말에 출시된 이래로 2년을 못 버티고 영영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한정 패키지보다 전체적으로 하위 호환인 제품인 탓에, 날이 갈수록 점차 선호도가 저조해져서 찾는 사람이 없다시피 했을 겁니다.
기왕 상시 판매를 하려면, 누구든 기꺼이 지갑을 꺼낼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리아의 올인원 패키지>는 가격과 성능 면에서 모두 한정 패키지에 밀린 편이었습니다. 계산이 빠른 유저에게는 우선순위로 사들일 물건이 못 되었던 셈이죠.
따라서 한정 패키지의 고성능 아이템을 상시화하려거든 제대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성비가 별로인 상품은 자연스럽게 도태됐으니까요.
■ 상시 판매가 널리 정착하기 위한 과제
어떻게 해야 모험가의 돈을 거둬갈 수 있는지, 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네오플입니다. 다년간의 매출 데이터를 쥐고 있는 이상, 상시 판매로도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테죠. 다소 소극적이긴 했어도 <세리아의 올인원 패키지>는 이러한 시도라 볼 만합니다.
그럼에도 한정 할인 판매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속적인 신규 상품을 내놓기에 적합한 환경인 덕분입니다.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세라샵 아이템을 우리는 적잖이 봐왔습니다. 칭호와 크리쳐, 오라/무기 아바타 등 당장 5년 전과 비교해도 금세 답이 나옵니다. 그때 당시 종결급이라 불렸던 녀석들이 지금은 어떤 취급을 받는지 말이죠. 정령왕 같은 예외가 있긴 하나, 조금씩 패키지 구성품은 우상향을 그리며 발전해왔습니다.
만일 상시 판매만 해왔다면, 신규 상품 때문에 기존 물품의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발생할 겁니다. 신상품은 당연히 기성품보다 어떤 면에서든 뛰어나야 소비자가 찾을 테니까요. 옵션이 기존과 같되 외형이 달라서 구매욕을 자극하는 수단도 도입할 수 있겠으나, 성능만을 추구하는 모험가한테는 상대적으로 구매욕이 떨어질 게 뻔합니다.
아니 그럼,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일까요?
우리는 한정 패키지 구성품의 상시화를 주장할 수 없는 운명일까요?
물론 그렇진 않으리라 봤기에 이 글을 씁니다.
한정 판매 감소로 인하여, 향후 줄어들 희소성을 보완할 만한 알짜배기 상품을 네오플이 고안하면 되거든요. 스펙업을 간절히 바라는 모험가로서 사지 않을 수 없는 아이템이요.
예를 들어 ‘에픽 초월의 돌’을 세라샵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계정당 매달 구매 횟수 제한을 두고, 유저 거래가 불가하게 두는 거죠. 사재기 장사꾼이 노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네오플로서는 확실한 월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 전 등장한 암시장처럼 골드로도 세라샵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하여, 초반부터 접근성을 높이면 더욱 좋겠지요.
참고로 이 글의 의도는 에픽 초월의 돌이 출시되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한정 패키지를 대체할 만한 상시 히트 상품이라면 뭐든 상관없습니다. ‘키리의 약속과 믿음’이라는 희대의 불상사를 겪은 네오플이기에, 적절한 선에서 매력적인 신상품을 기획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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