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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던파

칼레이'도 박'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by 지구여행가 2019. 3. 18.

오늘은 여러분께 다소 친숙한 소재로 썰을 풀까 합니다. 제목에서 밝힌 바처럼 주인공은 바로 칼레이도 박스인데요. 




칼레이도 박




그렇습니다. 우스갯소리이긴 하다만 칼레이도 박스는 용어 자체에 이미 '도박', 즉 확률형 콘텐츠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강을 지향하는 모험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해당 아이템의 효능 덕분입니다. 



등급을 바꿔 장비를 환골탈태시킬 수 있다



수십, 아니 수백 개가 있더라도 모험가에 따라 모자랄 수 있는 소모품인 까닭에 언제나 인기 상품에 속합니다. 아무래도 최하급 장비보다 최상급 장비를 지니고 다니는 게 클리어 타임 단축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거니와 다른 모험가로부터 인정받기도 쉬우니까요. 그렇다면 일반적인 모험가는 이러한 수요를 어떤 식으로 충당할까요?


누구든 안정적으로 칼레이도 박스를 입수할 수 있는 경로는 보통 2가지입니다. PC방 자판기나 봉인된 자물쇠, 그리고 던파! ON 어플의 출첵ON 선물 상자를 이용하여 낮은 확률로 얻는 방법을 제외하면 첫째, 세라샵에서 칼레이도 박스(혹은 '칼레이도 박스 주머니')를 구매하기. 둘째, 경매장에서 칼레이도 박스 주머니를 검색하여 입수하기. 이외에는 틈틈이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여하여 보상으로 획득하는 수단도 있으나, 등장 횟수가 그리 많지 않거나 구매할 수 있는 수량 자체가 적은 편입니다. 



세라샵에서 판매 중인 칼레이도 박스의 단가와 세트 가격은 위와 같다



운이 좋으면 단번에 최상급이 뜨지만, 대개 여러 차례 시도해야 겨우 타협을 볼 수 있는 접점에 이르곤 합니다. 확률형 아이템이므로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요.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세리아 NPC로부터 무조건 장비 등급을 최상급 100%로 맞춰주는 '마스터 칼레이도 박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일정 수량의 칼레이도 박스를 요구하지만, 어디까지나 운에만 맡겨야 했던 과거(더 정확히 짚자면 2015년 8월 27일 정기점검 이전)에 비하면 훨씬 나은 셈이죠. 비용이 좀 들더라도 패망에 이르지 않는 안전 장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어서입니다.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모험가로서는 칼레이도 박스의 '도박'이라는 태생적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있죠.



그러나 그러한 자유는 '임시'일 뿐이며, 칼레이도 박스는 결국 오명을 스스로 벗기는 힘든 콘텐츠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장비에 등급이 있는 한, 모험가는 늘 칼레이도 박스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니까요.






아라드 속 장비 등급의 기원


칼레이도 박스가 랜덤하게 바꾸는 장비 등급, 이것의 필요성에 관하여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아니 그 전에 칼레이도 박스의 탄생부터 파헤치는 게 순서일 듯합니다. 


칼레이도 박스가 아라드에 처음 나타난 시기는 무려 2006년 2월 말, ACT 1 외전: 대상인 로저레빈 업데이트 때입니다. 오픈 베타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아이템이니,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죠. 달리 말하면, 던전앤파이터는 서비스 초기부터 장비 등급을 세분화하여 모험가로 하여금 그것을 하나의 '규칙'으로 인식되게끔 설계를 해왔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로저 레빈과 다프네도 매우 이른 시기부터 있던 NPC다 (출처: 네이버 카페)



그렇다면 당시 장비 등급은 왜 있어야 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동일한 명칭의 아이템이라도 등급이 다르면, 가치에 차등이 발생하여 매매 시에 돈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더 뛰어난 등급의 장비를 수집하려는 욕구 차원에서 아라드에 더 오랜 시간을 쏟을 수 있겠지요.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윤을 창출해야만 하는 회사의 사정일 듯싶습니다. 장비 아이템은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 총 5단계의 등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규칙에 '대신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면 장비 등급을 랜덤하게 바꿀 수 있다'는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여 훌륭한 수익 모델로서 판을 새로 짤 수 있는 셈이죠.


지출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모험가로서는 이러한 사실을 썩 달갑지 않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거부터 모험가들이 기꺼이 돈을 낸 덕분에 던전앤파이터가 오늘날까지 생존해왔다는 사실에 입각한다면,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늘 갈구해왔던 개발자의 애로사항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자니 좀 섭섭한 일도 있었긴 한데, 일단 글 흐름 상 사소한 과거는 훌훌 털어버리며 그렇다고 해야 맞겠)죠. 어쩌면 누군가의 기똥찬 아이디어였거나 피와 눈물이었을 칼레이도 박스는 아라드의 장비 등급을 공고히 하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지금 와서 이를 지적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스스로 되물을 정도로, 저나 여러분이나 오랫동안 등급제에 길들여져 온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장비 등급에서 파생되는 불편함


감히 예언하건대 만약 장비 등급 및 칼레이도 박스 시스템 삭제를 공약으로 내걸 수 있는 디렉터가 혜성처럼 나타난다면, 아라드 역사에 길이 남을 '갓GOD'으로 불리리라 믿습니다. 그럴 일이 웬만해서는 없으리라는 점 또한 잘 알고 있기에,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기적이 또 다시 아라드에 일어난다면 가히 천지개벽이라 불러도 좋으리 (이미지 출처: 클릭)

 


등급제를 완전히 철폐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적어도 그로 인한 불편함은 최소화하는 게 옳은 방향일 것입니다. 장비에 등급이 있음으로 해서 무엇이 불편한지 잠시 독자 여러분도 함께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왜 그거 있잖습니까, 여러분이 매일 아라드에서 확인하는 거




일명 '최상급 데이'를 알리는 정보 글 (출처: 루리웹)



장비 등급과 관련하여 암묵적인 룰이 하나 또 있습니다. 상점 콘텐츠에서 판매하는 장비 아이템은 매일 자정을 기점으로 등급이 변한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규칙이 작년 10월 18일 업데이트 후부터 상자 개봉형 소모성 아이템에도 확대 적용된 바 있어, 장비 등급을 파악하는 데에 일목요연해지기도 했었죠. 



올해 있었던 설날 이벤트 당일, 하필 '최하급'이어서 속상했던 분들 많았으리라



그런데 왜 장비 등급은 매일 달라져야만 할까요?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어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나요? 



꾸준히 재화를 모아 고성능 장비 아이템을 손수 구매하는 행위, 우리는 이를 소위 '정가'한다고 말합니다. 고스펙을 노리는 모험가려면 아마 이런 생각 한 번쯤 하지 않으셨나요? 정가를 하기까지 던전 탐험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고, 최상급 데이가 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야만 한다고.


던파 캐스터 라아아안 님께서 피력한 바 있듯이 최하급과 최상급의 격차는 무시 못할 수준입니다. 특히 무기는 되도록 최상급을 맞춰야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굳이 모든 상점이 최하급 물품만 내놓고 있을 때, 덜컥 지르려는 모험가가 얼마나 있을까요? 좀 더 빨리 장비를 맞추는, 이른바 '시간'에 중점을 둔 모험가라면 해볼만도 합니다만 이후라도 칼레이도 박스로 등급 조절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최하급과 최상급의 차이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최상급을 위한 기다림이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심할 경우에는 보름 가까이 학수고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최상급이라 해도 그 안에서 세부적으로 또 나뉩니다. 콘텐츠 소모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추고자 의도한 설계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최상급 데이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최상급인데 오늘 구매해도 괜찮을까? 내일 더 좋은 최상급이 나오면 어쩌지?'라는 불안함도 가끔 들 때가 있다



(주어 없음) 아라드의 평화를 지키고자 밤낮을 안 가리고 고군분투하는 모험가를 좀 더 위한다면, 상점 및 상자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장비 등급 변동사항을 완만하게 조절하는 패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가령, (대단히 큰 희망사항이긴 하다만) 최상급 90% 수준으로 고정한다면 지금보다 불만은 매우 줄어들 듯합니다.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모험가는 여전히 마스터 칼레이도 박스를 써서 100%를 맞출 터이고, 그렇지 않은 모험가는 칼레이도 박스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쑥쑥 커나갈 수 있겠지요. 


90%가 아니라 80%만 넘어도 감지덕지할 독자도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 최하급과 하급만이 되풀이되는 고난 구간에 시달리고 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체 상황에 빠지고 마니까요. 이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봤을 때 썩 좋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생각해볼 문제]

정리하자면 이 글에서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하는 논점은 대강 아래와 같습니다. 


- 매일 장비 등급 변동이 모험가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는가? 


- 그렇지 않다면 그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단은 무엇인가?


- 어떤 기준으로 등급 변동을 완화할 것인가? 


(실제 실현 가능 차원에서) 해결 방안이 네오플의 수익 모델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네오플 고객센터에 쏘옥 의견을 전해주세요 :)




한편, 매일 장비 등급 변동이 주는 불편함은 이밖에도 더 있습니다. 성장 가속 모드 업데이트 이후, 더욱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성장 가속 모드로 플레이 시, 특정 구간별로 '마법 봉인 장비 상자'를 받을 수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지 감이 오시나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선택형 장비 상자는 그 날의 상점 판매 장비와 등급이 동일하기에 최하급일 경우에는…. 가뜩이나 성장 속도가 LTE급인 마당에 연달아 최하급, 하급 장비만 인벤토리에 들어온다면 김이 팍 새겠죠? 제가 그랬거든요.



일반 시나리오 모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최하급 데이면 퀘스트 보상 장비도 무조건 최하급이다.



하다 못해 성장 구간 퀘스트 보상 장비만이라도 장비 등급을 최상급으로 고정한다면? 


현재보다 적어도 2배 이상 쾌적한 육성을 해낼 수 있을 듯합니다. 요점은 어차피 얼마 못 쓰고 거쳐갈 장비마저 엄격하게 최하급이나 하급을 부여할 것까지는 없다는 거죠. 






 

칼레이도 박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현 장비 등급제의 문제점에 이르렀습니다. 둘간의 관계가 워낙 촘촘하다 보니 능히 예견된 결말이기도 했지요. 


네오플의 수익 모델 중 하나인 칼레이도 박스. 

웬만한 모험가보다 아라드에서 나이를 많이 먹은 까닭에 그만큼 게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합니다. 그렇기에 장비 등급 완전 삭제와 같은 급진적인 주장을 하기란 애매한 노릇이고, 네오플과 모험가의 타협점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는 형태에 다다랐습니다. 특히 도박, 아니 '확률'형 콘텐츠이므로 게임계에서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기 일쑤인지라 제 입장을 확고히 정해놓기보다 문제 공유 차원에서 그치기로 했지요. 저 혼자 골머리를 앓는다고 멋지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요. 보통 거물이어야지, 이거 원


그저 가급적 최대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장비 등급을 둘러싼 문제가 하나 둘 풀리길 바라봅니다. 민감한 화제이므로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뒤따라야 할 터이니, 부디 독자 여러분도 관심 있게 현 사안을 지켜봐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 함께 보면 좋을 글

장비 아이템 등급과 상점 최상급 데이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