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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던파

어느 귀환자의 일주일 ④

by 지구여행가 2019. 5. 19.

아라드로 돌아온 지 4일 차.

 

일반 던전부터 차원의 틈, 그리고 오퍼레이션: 호프에 이르기까지 귀환자로서 재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참이었습니다. 점점 재미를 붙여가는 시점이었기에 이러한 상태를 일정 수준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 지 스스로 정립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지요. 자기 취향에 맞는 지속가능한 모험은 누가 옆에서 알려주는 게 아니니까요. 

 

모름지기 모험은 자신의 수준에 적합한 것이어야 합니다.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금세 지쳐서 쓰러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러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난이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화된 지표- 항마력 -를 자주 활용하곤 하지요. 

 

가령, 테이베르스에 입장하려면 항마력 5000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어느 모험이든 동기가 명확할수록 좋습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보다 '레이드를 위한 스펙업'과 같은 분명한 목적 의식이 있을 때, 모험 자체가 더 즐거운 경험 많이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같은 모험을 해도 성취감까지 수반하는 여정을 보내고 왔다면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 모험에 마땅한 동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이상 아라드에 할 게 남아있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고 그래서 걷잡을 수 없게 덧없어지다가 결국 아라드를 떠나고 마는 일이 일어날 수 있지요. 실제로 이런 고민을 토로하다가 어느 날 알게 모르게 사라진 분들도 종종 봐왔습니다.

게임 콘텐츠 부족과 같은 외적 요인도 꽤나 영향을 끼칩니다만 여기서는 논외로 합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부단히 스스로 찾아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사도보다도 내면에 둥지를 튼 '허무'가 어쩌면 모험가에게는 더 위험한 녀석이기도 하니까요. 제아무리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한들 싸울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아닐까요?

 


그래서 나는 망자의 협곡으로 떠났다

 

제 수준에 적합함과 동시에 돈벌이 등 동기 부여도 어느 정도 되는 에어리어로 우선 망자의 협곡을 꼽았습니다. 협곡 내 여러 던전 중에서 '절망의 탑', '현혹의 탑'을 공략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그 까닭은 찬찬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절망의 탑을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유부터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기존에 돌아둔 게 있어서 71층부터 스타트
언제 봐도 분위기 있는 일러스트
제법 어려운 상대가 걸렸다
사야, 라사 같은 장판에 들어가면 HP가 쭉쭉 줄어든다. 결국 한 번 쓰러지고 말았다
거리를 좀 둔 다음, "집중하시고 쏘세요"
1분도 안 되어 커먼 등급 아이템 여러 개가 인벤토리에 쏘옥

 

70레벨 이상부터 도전할 수 있는 절망의 탑은 매일 한 층씩 오를 수 있으며, 매층마다 순순히 길을 비켜주지 않는 강자가 있어서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곳입니다. 때때로 매우 무지막지한 공격을 일삼으며 모험가의 숨통을 조여오는 터라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어느 새 카운트 다운 화면이 뜨곤 하죠. 

 

그렇지만 95레벨 만렙 시대인 오늘날에는 모험가의 스펙이 과거보다 월등히 올랐으므로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하락했습니다. 막 70레벨을 달성했을 때에는 제법 버거울 수 있으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특히 좋은 장비를 장착할수록 위험에 처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따라서 가볍게 산책 떠나는 기분으로 후딱 다녀오는 일이 가능해졌답니다. 

 

캐릭터 스펙에 따라서는 10초컷, 아니 이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클리어할 수 있다

 

자, 그럼. 이쯤 해서 절망의 탑에 오르는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난이도]

타 콘텐츠보다는 전반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마법으로 봉인된 아이템만 둘둘 두르고 가도 무난하게 클리어할 수 있어요. 단, 일부 보스는 무척이나 위험하며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므로 특정 구간에 도전할 때에는 사전 공략 숙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66층 오멘에게는 명속성 공격이 일절 통하지 않는다거나…

 

 

[동기 부여: 돈벌이]

위에서 보셨다시피 빠른 시간 내에 커먼&언커먼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템 레벨은 65와 70을 오가는 터라 엄청 값이 나가진 않긴 합니다. 대신 모험단 레벨이 높을수록 서버당 최대 8개의 캐릭터를 매일 보낼 수 있기에 수분도 채 지나지 않아 커먼&언커먼 등급 아이템을 수십 개 모을 수 있죠. 더구나 10층, 20층, 30층 등 매 10층마다 장비 아이템을 기존보다 더 많이 주는 일종의 소소한 보너스도 있어서 놓칠 수가 없답니다. 

 

냉정하게 놓고 보면 크게 한 방 터뜨릴 수 없는, 대수롭지 않은 돈벌이에 속합니다. 가령 레이드의 기대 보상에 비한다면 보잘것없죠. 하지만 레이드와 달리, 매일 꾸준히 차곡차곡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 좀 다릅니다. 요일 제한이 없어서 언제든 내킬 때 방문할 수 있거든요. 그러고 보면 할렘의 '재난구역'도 이와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다만 거긴…

 

여긴 뭔가 좀… 으, 혈압이…

 

참고로 절망의 탑에 8개 캐릭터를 총동원하여 벌어들인 돈은 하루에 보통 15~20만 골드 사이였습니다. 시간은 다 해서 10분 안팎 소요되었고요.

 

 

[동기 부여: 칭호와 감정 표현]

절망의 탑을 오르면 덤으로 칭호도 주고, 심지어 감정 표현까지 챙길 수 있다는 사실. 워낙 오래전부터 가능했던 일이라 아실 만한 분은 다 아는 정보입니다. 오즈마 서버가 있던 그 옛날, 진작 100층에 올라 모든 보상을 획득했을 독자 여러분도 꽤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더 나아가 본캐처럼 부캐 역시 모조리 다 절망의 탑 꼭대기까지 등반시키고자 노력하는 분들도 필히 있으리라 봅니다. 뭐든 공짜니까요.

 

실제로 레이나의 마탄에 맞으면 슬로우 상태가 걸려 클리어가 힘겨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료 칭호다! 신난다!

 


 

 

절망의 탑 못지않게 현혹의 탑도 제게 비교적 잘 맞는 던전이었습니다. 난이도와 보상 모두 매력적이라 복귀한 후에도 애용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짚어보자면―

 

[난이도]

망자의 협곡 에어리어 던전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중상위권에 속합니다. 최하위권을 무한의 제단, 최상위권을 '영혼의 안식처'라고 봤을 때, 현혹의 탑은 90레벨 콘텐츠인 비탄의 탑보다는 수월한 쪽이었습니다. 항마력만 입장조건에 부합하면 유니크 무기로도 어떻게든 클리어는 합니다. 소모품과 코인도 사용할 수 있어서 체감 난이도는 훨씬 낮기도 하고요. 강화나 제련이 덜 된 무기로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하지만… 

 

강화를 전혀 하지 않은 이멘시페이트(95레벨 레전더리) 무기로도 그럭저럭 때려잡긴 했다

 

[동기 부여: 돈벌이]

절망의 탑은 보상을 즉각 지급했지만, 현혹의 탑은 매주 목요일 또는 지하 7층 클리어 시에야 보상을 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을 골드 마련의 장으로 정한 건 그 보상이란 게 꽤 짭짤해서 그렇답니다. 

 

이 많은 레어 등급 카드가 다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음하하하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보물의 방'에서는 심심치 않게 레어 혹은 유니크 카드를 만날 수 있다

 

현재 경매장에서 레어 등급 마법부여 카드의 시세는 약 25만 골드 전후입니다. 수수료를 떼간다 해도 장당 20만 골드 이상을 노려볼 수 있죠. 매주 캐릭터마다 보상을 최대 3개까지 골라서 가져갈 수 있으므로 운이 좀 받쳐준다면 혼자 매주 60만 골드를 버는 셈입니다. 유니크 카드라도 나온다면 금액은 더 올라가겠죠? 

 

탐욕의 함이 어떤 아이템으로 가득 찰지 운을 시험해보자

 

설사 레어 등급 카드를 얻지 못했다 할지라도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현혹의 탑의 또 다른 보상인 '카드 바인드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레어 등급 이상의 카드를 직접 만들 수도 있거든요. 언커먼 등급 카드를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다면 레어 등급 카드는 떼놓은 당상입니다.

 

 

[동기 부여: 에픽 장비 장만]

확정 보상인 '현혹된 사념체'를 일정 수량 이상 모으면 캐릭터마다 에픽 무기를 무조건 손에 쥐어줄 수 있습니다. 무려 95레벨 에픽 무기라서 하나 얻어두면 항마력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다는 점― 부캐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죠.

흙수저 모험가의 희망

 

무기 선택 상자를 개봉하는 비용은 현혹된 사념체 150개와 100만 골드입니다. 이 중 사념체는 두 달 이내로 충분히 요구 수량을 모을 수 있으니 꼬박꼬박 매일 돌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계정 내 모든 캐릭터가 만렙 에픽 무기를 보유하는 진풍경을 연출할 수도 있겠지요.   

 

다만, 할렘 에픽 무기는 테이베르스 던전에 진입하고자 거쳐 가는 장비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강화나 제련을 하긴 좀 아깝다는 평이 많습니다. 얻어두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주력 무기로 삼기에는 애매한 물건이란 말씀. 아무쪼록 한계 지점을 잘 파악하여 요령 있게 쓸 수 있게끔 신경 써줘야 할 겁니다.

 

한편, 할렘 에픽 무기 외에도 할렘 레전더리에픽 방어구나 액세서리를 현혹의 탑에서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현혹된 사념체로 구하는 것은 아니며 순수하게 던전 드랍 방식이라, 어마어마한 운이 함께 해야 만끽할 기적과도 같습니다. 극악의 확률일 테지만 할렘 장비를 수집하는 도중이라면 겸사겸사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지속가능한 모험을 꿈꾸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굵고 짧은 것보다 가늘고 긴 삶을 원하는 저로서는 스스로에게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절망·현혹의 탑을 그와 같은 장소로 골랐지요. 알맞은 난이도와 나쁘지 않은 재화 획득 보장, 거기다 그다지 많은 시간을 들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오래 지속할 수 있으리라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 공간이 아라드 혹은 마계 어딘가에 있다면, 여러분의 모험은 이전보다 더 즐거우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유용한 팁 하나 전해드리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두면 유익할 수도 있는 팁: 절망·현혹의 탑의 캐릭터 제한은 계정이 아니라 '서버'에 있다!  

 

위에서 살포시 언급하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절망의 탑이든 현혹의 탑이든 일일 입장 제한은 계정 단위가 아닙니다. 말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미지로 살펴 보시죠. 

 

디레지에 서버에서는 입장 인원이 꽉 찬 상태일지라도…
한 다리 건너 프레이 서버는 새롭게 다섯 캐릭터를 등록할 수 있다?!

 

 

'서버'별 주간 5개 !!

 

그렇기에 다음과 같은 상황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8개 서버마다 만렙 캐릭터를 최소 5개씩 두고 모두 레어 등급 카드를 얻으러 현혹의 탑을…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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